시를 잊은 성도에게 - 풀잎 2/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 박성룡, <풀잎 2>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시가 있지요. 이 시가 그래요. 우리 말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특색을 맛깔나게 살려낸 시이지요. 파열음인 ‘ㅍ’이 반복되고 있지요? 풀잎, 퍽도, 푸른, 휘파람… 낭송하는 동안 어디선가 푸른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된다니, ‘흙 흙 흙’ 하고 부르면 눈물 냄새가 차오른다던 문정희 시인도 생각나네요.


옛 선인들은 책을 눈으로 읽기보다 소리 내어 읽었지요. ‘인성구기(因聲求氣)’라 하여,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으면 글 속에 담긴 정신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고 믿은 겁니다. 본래 성경도 소리 내어 읽는 것이었죠. ‘묵상’이란 말의 본래 뜻도 ‘소리 내어 읊조리는 것’이고요. 소리 내어 말씀을 읽고 또 읽어 그 말씀이 내 몸의 일부(푸른 풀잎!)가 되게 하는 겁니다. 손과 발로 살아낼 때까지 말이죠. 이걸 ‘말씀의 육화’라고 하던가요?


대림절 둘째 주일입니다. 이 기다림의 절기에 말씀을 낭독하며 잠잠히 주님을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잠시 눈을 감고 ‘예수’ ‘예수’ 불러보아요. 어느덧 작은 예수가 될 그 날을 고대하며.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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