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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글 - 사랑하면 죽는다



사랑하면 죽는다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복음은 두 개의 상반된 진리를 역설하는데, 이는 인간 조건의 비극을 드러낸다. 그 하나는 만약 당신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죽을 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이 정녕 사랑한다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사랑할 수 없다면, 자기 폐쇄적이고 열매를 맺지 못하며 당신 자신이나 다른 이들을 위한 미래를 창조할 수 없고, 결국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이 정녕 실제적으로 사랑한다면, 우리 사회가 의지하는 지배 체제에 위협이 될 것이고, 살해당할 것이다. 예수의 삶과 죽음이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 허버트 맥케이브 [신은 중요하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폴 발레리의 말마따나 사랑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다. 날마다 죽음을 되풀이하는 좀비의 삶일 따름이다. 이를 깨닫고 사랑을 택하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삶의 근본 모순이다. 연정이든, 우정이든, 모정이든 참된 사랑은 세상을 거스르고, 체제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딜레마를 깨닫고, '사랑 없는 죽음' 대신 '사랑 인한 죽음'을 택하는 것을 나는 회심이라 부른다.

예수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 13,34)고 할 때 그분은 우리를 낭만적인 사랑으로 초대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그랬듯 체제에 위협이 되고, 마침내 죽임을 당하는 사랑으로 부르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 없는 죽음'도 피하고 '사랑 인한 죽음'도 면하려는 데 있다.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죽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기독교가 처한 문제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 박총, <내 삶을 바꾼 한 구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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