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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채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기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새로 산 책상 조립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알았습니다. 좌우가 바뀌었다는 것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그냥 끝내버렸습니다. 분해해서 처음부터 다시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크게 이상해 보이는 것도 아닌데 그냥 쓰지 뭐.”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알겠더군요. 잘못된 걸 알았을 때 곧바로 바꿨어야 한다는 걸. 어찌나 불편한지. 


첫 단추 잘못 채워보면 알지요. 마지막에 끼울 구멍 하나가 없을 때 그 당황스러움. 단추 하나 잘못 채웠을 뿐인데 모양새가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시인은 90년 초 어느 겨울, 급하게 옷을 입다가 “첫 단추를 잘못 채웠을 뿐인데 옷 전체가 망가진 것을 보고 마치 인생이 망가진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합니다(천양희, <첫 물음> 중에서). 첫 실패 이후 이어진 자신의 고단한 삶을 본 것이겠죠. 


단추를 채워보면 알게 되지요.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거란 걸. 그러니 옷 한 벌 제대로 입는 일도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옷을 벗어 던질 필요는 없지요. 첫 실패가 끝까지 실패는 아니니까. 어디서 잘못 채워졌는지 찾아가면 돼요. 잘못 채워진 에덴의 첫 단추, 하나하나 다시 채워가시는 그분의 손길을 따라 차근차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계2:5).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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