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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최종 수정일: 2일 전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에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더불어 약과 더불어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장롱에 비싸고 좋은 옷도 여러 벌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는 여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귀퉁이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는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돈을 아끼느라 꽤나 먼 시장 길도 걸어다니고 싸구려 미장원에만 골라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응답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전국민의 애송시 <풀꽃>을 쓴 나태주 시인을 아시지요? 나 시인이 2007년 치료 불가의 시한부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있을 때, 그의 아내가 남편 곁을 지키며 “저 혼자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결단코 저 사람을 살려주십시오”라고 기도했었답니다. 


이 시는 그런 아내를 보며 나태주 시인이 쓴 시입니다. 하나님이 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지만, “가난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응답하시는 하나님”이라 부르며 드리는 기도이니 저분도 참 곤란하셨겠다 싶습니다. 그냥 나를 살려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평생 가난하고 선하게 살아온 아내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말아달라는 이 무엄하고도 강력한 압박이라니. 


마치 내 일인 듯 울며 기도하는 교우들을 보고 있자니, 같은 기도가 흘러 나왔습니다. 하나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저 착한 집사님에게, 저토록 마음 예쁜 우리 교우들에게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탓 아닌 줄 알지만, 기도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누군가 뭐라 하더라도, 우주도 넉넉히 안을 만큼 품 넓은 분임을 알기에 매달려 떼를 써 봅니다. 가난한 마음의 기도를 잘 들으시는 하나님, 부디…


“그러므로 너희 죄를 서로 고백하며 병이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 의인의 간구는 역사하는 힘이 큼이니라”(약5:16).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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