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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느낌 /이성복


*글씨: 강병인 (출처: https://blog.daum.net/ysnaju/8674309)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 이성복, <느낌>


보통 ‘느낌이 어떠냐’고 묻지요. 느낌 좋다 혹은 안 좋다고 답하지요. 그런데 시인은 엉뚱한 걸 묻습니다.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겨울 내내 품고 있던 꽃이 가지를 뚫고 처음 필 때처럼 느낌은 그렇게 오고, 순간을 정성껏 살아낸 꽃이 처음 툭 하고 떨어질 때처럼 느낌은 그렇게 사라지는 걸까요? 느낌이 오고 가는 순간을 시인은 피어나는 것과 지는 것의 강렬함으로 보여주려는 걸까요?


“그래서 곧 출혈의 근원이 마르니, 그 여자는 몸이 나은 것을 느꼈다. 예수께서는 곧 자기에게서 능력이 나간 것을 몸으로 느끼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아서서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막5:30, 새번역).


그 여자와 예수님의 느낌들은 어떻게 온 것일까요?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처럼, 절망의 막막함을 뚫고 그녀에게 그렇게 찾아온 걸까요? 예수께서 경험한 느낌의 근원은 그녀의 절박함이었을까요? 느낌은 오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어떤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마치 물방울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얼룩처럼, 여인과 예수님의 몸에 남긴 흔적처럼. 말씀 한 구절이 가슴에 남아 새겨놓은 평생의 흔적처럼.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는, ‘느낌 있는 교회’이기를 빕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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