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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마늘촛불/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 복효근, <마늘촛불>


참, 시인은 시인이지요? 누구는 상추 한 장 집어 잘 익은 삼겹살 올려 놓고 된장에 찍은 마늘 한 쪽과 함께 싸서 먹기 바쁜데, 그 와중에 이런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니. 마늘쪽에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박혀 있는데, 그게 마치 촛불 같아 보였나 봐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심지에 불이 붙은 것처럼 헛헛한 속을 밝혀주네요. 자신을 태워 조금 매콤하고 아릿하게 ‘어둠을 살짝’ 걷어내는 마늘촛불이고 싶은 시인의 바람이 이렇게 삼겸살과 마늘 덕분에 이어집니다. 


세상의 빛이 되겠다는 희망은 너무 거창하고 때론 민망해요. 일상의 빛도 벅찬 걸요. 온 세상을 밝힐 태양 빛이 아니라, 그저 집 안의 어둔 구석 비칠 작은 등불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마5:15) 그것도 어려우면 한 사람의 헛헛한 속을 조금 밝혀 줄 ‘마늘촛불’이라도요.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마늘 심지, 아니 마음 심지에 불 밝힐 준비 되셨나요?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이기지) 못하더라"(요1:5)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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