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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반 뼘 / 손세실리아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있다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 날

나이든 단골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 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반 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 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 들어와 온 뼘이 되는


그런


  • 손세실리아, <반 뼘>


잘난 사람들을 보며 늘 부러웠습니다. “2% 부족해”라는 말을 흔히 하지요. 늘 그런 기분으로 살았습니다. 못하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탁월하지는 않다 여겼습니다. 죽어라 해도 늘 2% 모자른 느낌이었고, 저기 앞에 그 2%을 다 채운 듯한 누군가가 보였습니다. 


모자란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고 나서야, 아니 모자라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나를 긍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익은 은행이 약이 된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조금 뻔뻔해지기도 했습니다. 능력은 안 되면서 아직도 남아 있는 완벽주의 기질이 여전히 자아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꿈의 반 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보며 시인은 “반 뼘쯤 모자란 시”를 씁니다. 남은 반 뼘은 “생의 의지를 반 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채워놓도록 비워둡니다. 반 뼘쯤 잘려나간 이들이 서로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이 일어나는 곳, 우리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반 뼘 모자른 목사의 말이었습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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