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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반성 673/ 김영승



우리 식구를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 서럽다


어머니를 보면, 형을 보면

밍키를 보면

서럽다


밖에서 보면

버스간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병원에서, 경찰서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동네 쓰레기통 옆에서


- 김영승, <반성 673>



가족을 밖에서 만났을 때 생기는 서러운 감정을 모른다면, 잘 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술에 취한 아버지를 동네 골목 어딘가에서 보았을 때, 도배 공구함을 힘겹게 들고 가는 어머니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을 때, 재수도 부족해 삼수까지 하는 동생의 처진 어깨를 밖에서 보았을 때,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을 모른다면 잘 된 일이지요.


직접 안 봐서 그렇지, 내가 모르는 가족의 일상을 밖에서 마주한다면 금새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직장 상사에게 한 소리 듣고 고개 숙인 남편을 본다면, 명품 옷과 가방으로 치장한 엄마들 사이에서 오늘도 똑같은 옷 입고 서 있는 아내를 본다면, 경쟁에 시달려 기운없는 자식의 얼굴을 집밖에서 본다면, 별안간 찾아오는 그 서러움. 그 미안함. 그 애처로움.


우리 교우들은 이번 주 어떻게들 살고 있을까, 종종 궁금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 서로 아무 일 없는 듯 웃지만, 그 일상이 마냥 편하고 좋기만 한 건 아닐 텐데…. 가족도 모르는 바깥의 일상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마음 한 곁에 서러움 한 움큼 안고 산다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밖에서 만나도 서럽지 않은 삶이시길 빌지만, 교회 밖에서 교우를 만나 문득 서러워진다면 그건 우리가 정말 가족이기 때문이겠다 싶습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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