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소설 /이정록

ree

너무 힘들어서

물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는데, 눈물이 마르면서

고무신 안쪽에 자동차바퀴가 보이더구나.

그 껌정고무신이 타이아표였거든.

바퀴 안에 진짜라고 써 있더구나.

애들 놔두고 진짜 죽으려고?

그래 얼른 신발을 다시 꿰찼지.

저수지 둑을 벗어나 집으로 오는데,

신발 속에서 진짜, 진짜, 울먹이는 소리가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더구나.

진짜 애들한테 떳떳한 어미가 돼야지, 맘먹고는

이날까지 왔다. 글자 하나가 사람을 살린 거야.

넌 글 쓰는 사람이니께 가슴에 잘 새겨둬라.

내 말을 믿으면 진짜 글쟁이고

안 믿으면 그 흔해빠진 똑똑한 아들만 되는 거고,

근데, 어미가 니들 놔두고 진짜 죽을 생각을 했겄냐?

이런 거짓부렁을 소설이라고 하는 겨.


  • 이정록, <소설>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라는 시집에 나오는 시입니다. 어머니 덕분에 쓴 그의 모든 시들이 그렇듯, 읽다 보면 웃음이 나는데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눈물이 나는데 웃음도 함께 납니다. 


너무 힘들어서 고무신 벗어놓고 죽으려 했는데, 타이아표 검정고무신 안에 새겨진 “진짜”라는 글자 하나 덕분에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이 눈물나는 얘기를 풀어 놓으시고는 ‘거짓부렁 소설’이라 하시네요. 아들 가슴 아플까 그러시는 거, 모르면 아직 어린애이겠지요. 


소설같은 삶을 산 어른들이 어디 이 어머니 뿐이겠습니까. 듣다 보면 다 거짓부렁 같은 사연들이 한가득입니다. 그 힘든 삶을 마치 거짓말처럼 살아낸 어머니, 아버지, 아내, 남편, 그리고 여러분…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진짜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온 고맙고 대견한 사람들.


“넌 글 쓰는 사람이니께 가슴에 잘 새겨둬라.” 이 말씀에 마음 저 속에서 쿵 소리가 들립니다. 너는 진짜 목사 맞느냐고, 그 흔해빠진 직업 종교인 아니냐고 천둥처럼 질문이 들려옵니다. 진짜 거짓부렁 소설이 되지 않도록, 진짜로 살아야겠습니다. 


예수께서 자주 하시던 그 말씀, 오늘은 이렇게 들리네요. “내가 진짜 진짜 너희에게 이르노니…”


(손태환 목사)

시카고기쁨의​교회

1-224-616-2772

info@cjcchurch.org

2328 Central Rd.

Glenview, IL 60025

  • kakao_channel
  • White Instagram Icon
  • White YouTube Icon
  • White Facebook Icon

©2020 by Chicago Joyful Community Church. 

Thanks for connecti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