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요격시/ 정현종
- heavenlyseed
- 6월 28일
- 1분 분량

다른 무기가 없습니다
마음을 발사합니다
두루미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미사일에
기러기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폭탄에
도요새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전폭기에
굴뚝새를 쏘아올립니다 모든 포탄에
뻐꾸기를 발사합니다 모든 포탄에
비둘기를 발사합니다 정치꾼들한테
왜가리를 발사합니다 군사모험주의자들한테
뜸부기를 발사합니다 제국주의자들한테
까마귀를 발사합니다 승리 중독자들한테
발사합니다 먹황새 물오리 때까치 가마우지....
하여간 새들을 발사합니다 그 모오든 死神들한테
정현종, <요격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하면 떠오르는 명장면이 있습니다. 국군과 인민군과 연합군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대치하고 있는 초긴장 상황에서 옥수수 창고에 수류탄이 터지며 팝콘이 하얀 꽃눈이 되어 하늘에서 내립니다. 모든 긴장과 불안을 일순간 해소시켜 버리는, 지금 생각해도 감동과 위트가 넘쳐나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해묵은 이념 논쟁에 의해 곤욕을 치루던 어느 개그맨이 그랬었지요. “(내 고향은) 종북이 아니라 경북이다.” 순간, 동막골의 팝콘이 생각나더군요. 그야말로 빵 터졌습니다. 팝콘이 눈꽃처럼 내리는 듯 했습니다. 모두가 잔뜩 긴장한 상태로 대립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렇게 팝콘을 터뜨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놓았더니, 거기에 미국과 멕시코 아이들이 탈 시소를 만든 아티스트처럼 말입니다. 아, 평화를 향한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얼마나 유쾌한가요!
정현종 시인도 같은 상상을 한 모양입니다. 무기가 아닌 마음을 발사합니다. 포탄이 아닌 새들이 힘껏 날아오릅니다. 저 모든 사신들을 향해 자유와 생명을 발사합니다.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 승리하는 세상에 대한 예언입니다. 우리에게도 다른 무기는 없습니다. 다같이, 마음을 발사합시다. 미사일이 장난감인 줄 아는 이들에게, 힘의 의한 (노벨) 평화(상)를 믿는 이들에게, “그 모오든 死神들한테”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미 4:3)
(손태환 목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