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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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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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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크리스마스의 과업 / 하워드 서먼
“천사들의 노래가 조용해질 때 하늘의 별들이 사라졌을 때, 왕들과 왕자들이 편안히 머무를 때, 목동들이 그들의 양떼에게로 돌아갔을 때, 크리스마스의 과업은 시작됩니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고치며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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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여인숙 / 잘랄루딘 루미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짧은 순간의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어지럽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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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3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정작 감사한 것들 / 차진배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코끝에 와 닿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살결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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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3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엄숙한 시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에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울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웃고 있다 밤에 이유 없이 웃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웃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걷고 있다 세상에서 정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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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산문시 1/ 신동엽
일러스트레이션/ 한주연 이미지 출처: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0518.html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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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9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11월/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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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리 동네 목사님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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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6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리들의 어린 王子(왕자)/ 오규원
뒷집 타일 工場(공장)의 경식이에게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더니 동그라미라 하고 연탄장수 金老人(김노인)의 손주 명하는 쓰레기를 쓰레기라 하고 K식품 회사 손계장의 딸 연희는 빵을 보고 빵이라 하고 연희 동생 연주는 돼지 새끼를 보고 돼지 새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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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9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지난 주 노벨 문학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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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2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예언자 / 김주련
이런 빌어먹을 새벽부터 가늘게 뜬 눈으로 고운 햇살을 빌어오고 어제는 밤늦도록 톡톡 머리맡에 떨어지는 위로를 다 받아 발끝까지 데웠지 한때는 큰맘 먹고 빌어먹지 않겠다고 이 악물고 뛰었고 이러저리 힘차게 펄럭이다가 손에 쥔 것은 지나가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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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해질녘의 노래 / 나희덕
아직은 문을 닫지 마셔요 햇빛이 반짝거려야 할 시간은 조금 더 남아있구요 새들에게는 못다 부른 노래가 있다고 해요 저 궁창에는 내려야 할 소나기가 떠다니고요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리는 길들이 저 멀리서 흘러오네요 저뭇한 창밖을 보셔요 혹시 당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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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해인
"하늘에도 연못이 있네" 소리치다 깨어난 아침 창문을 열고 다시 올려다 본 하늘 꿈에 본 하늘이 하도 반가워 나는 그만 그 하늘에 푹 빠지고 말았네 내 몸에 내 혼에 푸른 물이 깊이 들어 이제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해인,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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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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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러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중략)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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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3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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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아름다운 비명/ 박선희
바닷가에 앉아서 파도소리에만 귀 기울여 본 사람은 안다 한 번도 같은 소리 아니라는 거 그저 몸 뒤척이는 소리 아니라는 거 바다의 절체절명, 그 처절한 비명이 파도소리라는 거 깊은 물은 소리 내지 않는다고 야멸치게 말하는 사람아 생의 바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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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글러브 / 오은
너를 깊숙이 끼고 생을 방어한다 내 심장을 관통하고 다음 타자를 쑤시기 위해 떠났던 한 톨 낟알의 아픔이 덕지덕지 덩이져 거대한 부메랑 되어 날아온단다 전속력으로 나를 찾아든단다 쳐 내지 못했으면 받아야 한다 피 묻은 혓바닥을 할딱거리며 돌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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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3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용접/ 주강홍
상처에 상처를 덧씌우는 일이다 감당하지 못하는 뜨거움을 견뎌야 하는 일이다 한쪽을 허물고 다른 한쪽을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애써 보지 말아야 할 일이다 처절한 비명 참아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끊어진 한쪽을 찾아야 할 일이다 이질이며 동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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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눈 / 천양희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 사는 것에 대해서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사람인 것에 대하여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잘못 보아버렸는가 천양희, <눈>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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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0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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