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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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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졸업 / 김사인
선생님 저는 작은 지팡이 하나 구해서 호그와트로 갈까 해요. 아 좋은 생각, 그것도 좋겠구나. 서울역 플랫폼 3과 1/4번 홈에서 옛 기차를 타렴. 가방에는 장난감과 잠옷과 시집을 담고 부지런한 부엉이와 안짱다리 고양이를 데리고 호그와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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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9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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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호모 루아/ 나희덕
호모 루아* / 나희덕 호모 파베르이기 전에 호모 루아, 입김을 가진 인간 라스코 동굴이 폐쇄된 것은 사람들이 내뿜은 입김 때문이었다고 해요 부드러운 입김 속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과 세균과 독소가 들어 있는지 거대한 석벽도 버텨낼 수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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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2일2분 분량
조회수 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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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딱 반걸음씩 / 유미희
바닷물은 아무리 마음 급해도 뛰어가지 않는다. 한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뒤로 반걸음씩 물러나 생각하다 다시 앞으로 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앞만 보고 가서 갯바위 따개비 잘 크는지 들여다보고 종수네 고깃배 수평선까지 밀어다 준다. 유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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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5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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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시인이 되려면/ 천양희
시인이 되려면 새벽하늘의 견명성(見明星)같이 밤에도 지지 않는 새같이 잘 때에도 눈뜨고 자는 물고기같이 몸 안에 얼음 세포를 가진 나무같이 첫 꽃을 피우려고 25년 기다리는 사막만년청풀같이 1kg의 꿀을 찾기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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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8일1분 분량
조회수 1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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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독은 아름답다/ 함민복
은행나무 열매에서 구린내가 난다 주의해주세요 구린내가 향기롭다 밤톨이 여물면서 밤송이가 따가워진다 날카롭게 찌르는 가시가 너그럽다 복어알을 먹으면 죽는다 복어의 독이 복어의 사랑이다 자식을 낳고 술을 끊은 친구가 있다 친구의 독한 마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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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일1분 분량
조회수 2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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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늙는 얼굴 / 이선영
신문에 실린 저 사람의 얼굴 궁지에 몰린 저 사람의 얼굴 어떤 대답이든 나오기를 재촉당하고 있는 저 얼굴 늙어가는 한 중년 남성의 얼굴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던 평온한 인쩰리겐찌야의 얼굴 애써 태연을 가장하지만 어딘가 한 구석 허물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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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5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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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墨畵(묵화)/ 김종삼
*사진출처: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4/2017092401930.html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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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8일1분 분량
조회수 2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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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성장 /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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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1일1분 분량
조회수 2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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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주전자 꼭지처럼/ 이정록
어미 아비가 되면 손발 시리고 가슴이 솥바닥처럼 끄슬리는 거여. 하느님도 수족 저림에 걸렸을 거다. 숯 씹은 돼지처럼 속이 시커멓게 탔을 거다. 목마른 세상에 주전자 꼭지를 물리는 사람. 마른 싹눈에 주전자 꼭지처럼 절하는 사람. 주전자는 꼭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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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일1분 분량
조회수 1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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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이사 / 이해인
몸이든 집이든 움직여야 살아난다 포기해야 새로 난다 욕심도 물건도 조금씩 줄이면서 선선히 내어놓고 제자리로 보내면서 미련 없이 환하게 웃을 수 있어야 이사를 잘 한 거다 옮기는 것이 결코 짐이 되지 않는 가벼운 날 그런 날은 아마도 내가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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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7일1분 분량
조회수 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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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꽃은 꽃 숨을 / 홍순관
꽃은 꽃 숨을 / 홍순관 꽃은 꽃 숨을 쉬고 나무는 나무 숨을 쉽니다. 아침은 아침 숨을 쉬고 저녁은 저녁 숨을 쉽니다. 하나님은 침묵의 숨을 쉬고 바람은 지나가는 숨을 쉽니다. 나는 내 숨을 쉽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창조주의 기운이 물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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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0일1분 분량
조회수 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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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담론(痰論) / 윤성학
결린 데만 결리는 게 아니라 오른쪽 등허리 위쪽에서 어깨를 지나 뒷목으로 올라갔다가 왼쪽 허리까지 두루두루 나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죽어 없어지지 않고 한번 몸 안에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다 그게 담이다 담이 들어 뻐근한 날 벽에 등을 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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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3일1분 분량
조회수 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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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봄날 /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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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6일1분 분량
조회수 1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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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목수일 하면서는 즐거웠다/ 송경동
보슬비 오는 날 일하기엔 꿉꿉하지만 제끼기엔 아까운 날 한 공수 챙기러 공사장에 오른 사람들 딱딱딱 소리는 못질 소리 철그렁 소리는 형틀 바라시 소리 2인치 대못머리는 두 번에 박아야 하고 3인치 대못머리는 네 번에 박아야 답이 나오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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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3일1분 분량
조회수 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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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오늘 하루 / 도종환
햇볕 한 줌 앞에서도 물 한 방울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진흙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수 천 번 수 만 번 맹세 따위 다 버리고 단 한 발짝을 사는 것처럼 살자 창호지 흔드는 바람 앞에서 은사시 때리는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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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6일1분 분량
조회수 1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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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가방 하나/ 백무산
두 여인의 고향은 먼 오스트리아 이십대 곱던 시절 소록도에 와서 칠순 할머니 되어 고향에 돌아갔다네 올 때 들고 온 건 가방 하나 갈 때 들고 간 건 그 가방 하나 자신이 한 일 새들에게도 나무에게도 왼손에게도 말하지 않고 더 늙으면 짐이 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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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9일1분 분량
조회수 1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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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감사하는 마음 / 김현승
받았기에 누렸기에 배불렀기에 감사하지 않는다 추방에서 맹수와의 싸움에서 낯선 광야에서도 용감한 조상들은 제단을 쌓고 첫 열매를 드리었다 허물어진 마을에서 불 없는 방에서 빵 없는 아침에도 가난한 과부들은 남은 것을 모아 드리었다 드리려고 드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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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일1분 분량
조회수 1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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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가정 방문/ 반칠환
엄마, 엄마, 선생님 오셨어. 열무밭 매던 엄마, 허겁지겁 달려 나오시는데, 펭소에 들어오지 않던 우리 엄마 입성이 왜 저리 선연할까. 치마 저고리 그만두고, 나무꾼이 감춘 선녀옷 그만두고, 감물 든 큰성 난닝구에, 고무줄 헐건 몸뻬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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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4일2분 분량
조회수 1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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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애기똥풀이 하는 말/ 정일근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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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6일1분 분량
조회수 1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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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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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0일2분 분량
조회수 4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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