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어머니라는 말 / 이대흠
- heavenlyseed
- 5월 10일
- 1분 분량
어머니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입이 울리고 코가 울리고 머리가 울리고
이내 가슴속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머니라는 말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웅웅거리는 종소리 온몸을 물들이고
어와 머 사이 머와 니 사이
어머니의 굵은 주름살 같은 그 말의 사이에
따스함이라든가 한없음이라든가
이런 말들이 고랑고랑 이랑이랑
어머니란 말을 나직히 발음해보면
입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웅얼웅얼 생기는 파문을 따라
보고픔이나 그리움 같은 게 고요고요 번진다
어머니란 말을 또 혀로 굴리다보면
물결소리 출렁출렁 너울거리고
맘속 깊은 바람에 파도가 인다
그렇게 출렁대는 파도소리 아래엔
멸치도 갈치도 무럭무럭 자라는 바다의 깊은 속내
어머니라는 말 어머니라는
그 바다 깊은 속에는
성난 마음 녹이는 물의 숨결 들어 있고
모난 마음 다듬어주는 매운 파도의 외침이 있다
이대흠, <어머니라는 말>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시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김영랑의 시 대부분이 그렇지요.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을 살포시 적시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中).
이대흠 시인의 이 시는 또 어떤가요?. ‘어머니’라는 말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쓴 시인데, 시 자체가 또한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지요. 이런 시는 속으로 읽지 말고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지요.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에 대해 한 마디 설명 없이도, 어머니라는 말 하나로 그 모든 걸 다 표현해요. 역시 시인은 다르지요?
참 신기한 게 있어요. ‘지저스’라고 발음하면 오지 않는 울림이 ‘예수님’이라고 부르면 하면 찾아와요. 모국어로 부르는 그분의 이름이 다른가 봐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분의 이름을 발음할 때 입과 코가 울리고 가슴 속에 그리움 같은 게 고요고요 번지나요? 어디선가 웅웅거리는 종소리가 온몸을 감싸오나요? 하나님~ 하고 불러 놓고 그 길고 긴 여운 속에 잠겨 한참을 머물러 보셨나요?
자식이라면 울림없이 부를 수 없는 그 이름, 어머니.
그리고, 하나님.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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