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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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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가정 방문/ 반칠환
엄마, 엄마, 선생님 오셨어. 열무밭 매던 엄마, 허겁지겁 달려 나오시는데, 펭소에 들어오지 않던 우리 엄마 입성이 왜 저리 선연할까. 치마 저고리 그만두고, 나무꾼이 감춘 선녀옷 그만두고, 감물 든 큰성 난닝구에, 고무줄 헐건 몸뻬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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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4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애기똥풀이 하는 말/ 정일근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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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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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0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학교 데리고 다녀오겠습니다 / 박성우
지루한 학교에 바퀴를 달아 투어 버스를 만들자 신나게 달리면서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엔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자 시험지 따윈 창밖으로 휘휘 휘날려 주자 때로는 일 층 이 층 삼 층 사 층 학교를 줄줄이 떼어 줄줄이 사탕처럼 줄줄이 이어 기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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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3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학교 데리고 다녀오겠습니다/ 박성우
지루한 학교에 바퀴를 달아 투어 버스를 만들자 신나게 달리면서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엔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자 시험지 따윈 창밖으로 휘휘 휘날려 주자 때로는 일 층 이 층 삼 층 사 층 학교를 줄줄이 떼어 줄줄이 사탕처럼 줄줄이 이어 기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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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3일2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배경이 되는 일 / 문성해
사진을 찍는 남녀의 뒤로 가다가 찰칵, 내 뒷모습이 찍혔네 순간 알았네 저이들 뒤에 선 홰나무나 능소화처럼 나도 배경이 되었음을 배경은 나를 최대한 평평히 말아넣는 일 나를 희미하게 탐색하는 일 저이들이 인화된 사진을 보며 나를 알아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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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열쇠 /도종환
세상의 문이 나를 향해 다 열려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열어보면 닫혀 있는 문이 참 많다 방문과 대문만 그런 게 아니다 자주 만나면서도 외면하며 지나가는 얼굴들 소리 없이 내 이름을 밀어내는 이데올로그들 편견으로 가득한 완고한 집들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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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새해가 오면 / 나해철
새해가 오면 배꼽을 드러내놓고 뛰노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건강한 가슴이 상한 것들을 이길 수 있게 해주시고 때때로 꽃이 되게 해주소서… 이 땅의 사람들이 서로 섞이어 하나 되어 제 살이 아프므로 누구건 내려치지 않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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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3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천원집/ 이대흠
우리 동네 삼거리엔 구멍가게 하나 있는데요 가게나 점방이라는 간판도 없이 한 사십여 년 장사하는 집인데요 팔순인 월평 할머니가 하루에 과자나 두어 봉지 파는 곳인데요 물건 사러 온 손님이 가격표 보고 알아서 돈 주고 가고 외상값 같은 것도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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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넉 점 반 / 윤석중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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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하나님 놀다 가세요 /신현정
하나님 거기서 화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정 그렇다면 하나님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풀 뜯고 노는 염소들과 섞이세요 염소들의 살랑살랑 나부끼는 거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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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늙은 꽃 /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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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물결 표시 / 한정원
짧은 물결 표시 ~ 안에서 그가 긴 잠을 자고 있다 휘자(諱字) 옆에 새겨진 단단한 숫자 '1933년 3월 18일~2010년 4월 22일' 웃고 명령하고 밥을 먹던 거대한 육체가 물결 표시 위에서 잠깐 출렁거린다 햇빛이고 그늘이고 모래 산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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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알전구 /이명수
재래시장에 시(詩)가 있다 집집마다 알전구가 달려 있는 서산 어물전 한 귀퉁이 알전구 옆 경고문 – 이곳 전구를 빼간 도둑님아! 너희 집은 밝으냐 오늘도 빼가 봐 – 알전구가 눈을 부라리고 있다 살아내는 일이 100촉 알전구만큼 뜨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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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더 먼저 더 오래/ 고정희
더 먼저 기다리고 더 오래 기다리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기다리는 고통 중에 사랑의 의미를 터득할 것이요 더 먼저 달려가고 더 나중까지 서 있는 사랑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서 있는 아픔 중에 사랑의 길을 발견할 것이요 더 먼저 문을 두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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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4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난독증/ 여태천
진지하게 뜻을 내비쳤을 때 세상은 갑자기 사라진다 구름이 해를 가리는 것과는 다른 기분으로 행간은 보이지 않는다 묵독도 낭독도 허락하지 않고 너의 혀는 멀리서 움직인다 길가에 지은 집처럼 너무 많은 밑줄이 너를 지나갔다 아무도 모르는 당신의...
heavenlyseed
2023년 10월 2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시 원고를 불태우고 / 이규보
소년 시절 노래라고 끄적거리느라 붓만 잡으면 원체 거침없었네. 스스로 아름다운 구슬처럼 여겨 누가 감히 흠을 잡을까 했네. 나중에 찬찬히 다시 보니까 한 편 한 편 좋은 구절 하나 없구나. 차마 글 상자를 더럽힐 수 없어 아침 짓는 아궁이에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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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대 있음에 /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 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 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heavenlyseed
2023년 10월 14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admin CJCC
2023년 10월 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시(詩)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옮김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admin CJCC
2023년 9월 30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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