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중과부적/ 김사인


조카 학비 몇 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와 통신요금 내고

은행카드 대출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

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갔다고

아내 운다.


'젓가락은 두 자루, 펜은 한 자루...... 중과부적!'*


이라고 적고 마치려는데,

다시 주차공간미확보 과태료 날아오고

치과 다녀온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며 울상이다.

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마루야마 노보루 <루쉰>에서 빌려옴.


- 김사인, <중과부적 衆寡不敵>


시를 읽는데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뒤로 갈수록 숨이 턱턱 막힙니다. 하나도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 옵니다. 왜 힘든 일은 띄엄띄엄 오지 않고 한번에 몰아서 오는지. 엎친 데 덮친 격, 이라고 쓰려는데 가만 보니 덮친 데 또 엎치는 격이네요. 카드 돌려 막기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그나마 인생에 힘든 일은 돌려 막기도 어렵잖아요.


중과부적. 적은 수효(數爻)로 많은 수효(數爻)를 대적(對敵)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주로 전쟁 시 사용하던 말이라지요. 병력 차이가 너무 나서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전투라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인생이 중과부적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우리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싸움.


"무거운 짐을 나홀로 지고 견디다 못해 쓰러질 때 불쌍히 여겨 구원해 줄 이 은혜의 주님 오직 예수"(찬송가 337). 중과부적을 느낄 때 간절해지는 찬송입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힘이 필요합니다. 하여, 우리는 기도합니다. 기도할 수 밖에 없어 기도합니다. 기도하면 백전백승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힘으로는 중과부적이므로.

조회 83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