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고구마 / 김은지
- heavenlyseed
- 16시간 전
- 1분 분량

봄에는 심장약 복용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수의사는 말했다
열 살 넘은 개가
내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
들숨 날숨에 맞춰
움직이는 배를 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어김없이 눈을 뜨고
나를 확인하는 개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말을 걸며
빈틈없이 이불을 꼭꼭 덮어 줄 수 있는
겨울 고마움
김은지, <고구마>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가 같다는 건 알겠는데(한참 걸렸지만), 그 얘기가 왜 거기서 나오는지는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아, 겨울이니까 마침 개 옆에서 고구마를 먹고 있었나? 아니면 개가 고구마를 좋아했나? 아하, 개 이름이 고구마였을지도! 실제로 고구마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이였다네요. 시인이 이 시를 낭독하려고 제목을 먼저 읽으면 금새 고개를 들고 쳐다 볼 정도로.
고마움은 이토록 새삼스레 다가오는 법이지요. 들숨 날숨 박자 맞춰 배를 움직이며 잠든 개를 쓰다듬다가 문득 고구마와 고마워가 두 글자나 같다는 걸 발견하는, 이렇게 뜬금없이 정겨운 고마움이라니. 봄이 되면 심장약을 복용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가 봐요. 가족이 아프면 그제서야 난데없이 다가오잖아요. 그동안 몰랐으나 이제야 문득 발견하는 ‘겨울 고마움.’
그러고보니 시의 제목은 <고구마>이지만 실은 “고마워”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네요. ‘고구마’라고 쓰고 ‘고마워’라고 읽으라는 말이겠지요.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들, 가만히 들여다 보면 거기 다 고마움이 있어요.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그런 뜻 아닐까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들에게서 발견하는 새삼스러운 고마움이 우리의 일상을 아름답게 가꿉니다. 그러니 옆 사람에게도 얼른 인사하기로 해요. 쑥스럽다면, 우리만 아는 암호로. 고구마!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살전5:18)
(손태환 목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