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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늘 선물 / 이정록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마라.

왼손잡이가 이 밭 저 밭 코뚜레 잡아채도

소 콧구멍은 오른쪽으로 삐뚤어지지 않는다

오른손잡이가 이 장바닥 저 장바닥 고삐 몰아쳐도

화등장만 한 눈알이 왼편으로 뒤집히지 않는다.

워낭 소리도 코쭝배기에 송알송알 맺힌 땀방울도

어느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는 법이여.

낭창낭창 코뚜레만 파이다 동강나는 거여.

땀 찬 소 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

따가운 햇살 쪽에 서는 것만은 잊지 마라.

소 등짝에 니 그림자를 척하니 얹혀놓으면

하느님 보시기에도 얼마나 장하겄냐?


  • 이정록, <그늘 선물> (어머니학교21 중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발로 선 채 눈을 감아 보세요(넘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10초 이상 서 있을 수 없다면 이미 신체 나이가 60-70대랍니다. 30초 이상은 되어야 한다더군요. 얼마나 신빙성 있는 연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이가 들수록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어디 몸만 그럴까요? 마음도 생각도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워집니다. 


목회자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들 합니다. 누구 편에 서지 말고, 한 쪽에 치우치지 말라고 합니다.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을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말로 (그야말로 치우친) 해석을 합니다.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 건가? 시대의 질문 앞에서도 기계적 중립을 외치는 이들은 얼마나 치우쳐 있는 사람들인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마라” 가르쳐 주시던 어머니께서 이내 다른 얘기를 들려 주십니다. “땀 찬 소 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 따가운 햇살 쪽에 서는 것만은 잊지 마라.” 그때는 치우쳐야 한다고, 그때는 햇살 쪽에 서야 한다고. 고생한 소 등짝에 너의 그림자를 올려 놓도록, 그쪽 편에 서는 게 마땅한 일이라고 알려주십니다. 약하고 아픈 이 곁에 서는 것, 치우친 그곳이 하나님 보시기에 장한 자리입니다.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수 24:15)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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