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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

1시간 전
2분 분량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 김소월,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철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재밌어도 크게 웃지 않고 슬퍼도 엉엉 울지 않는 어른들이 요상하여 철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그래서 속 터놓고 말조차 못 건네는 그들의 인간 관계를 보며 철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믿는다 말하면서도 쌓아 놓은 거 잃을까 두려워 은근슬쩍 주저앉는 그 모습이 처량하여 철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고 오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정겨웠던 이들이 ‘돌아서면 무심’해지는 걸 아프게 경험하고, 이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는 이제 철이 든 걸까요? 소월은 철들지 않았던 시절의 자신이, ‘나였던 아이’가 그리웠나 봅니다.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세상과 상관없이 살고 싶다는 말은 아닙니다. 가고 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돌아서면 무심해지는 만남이 있다는 걸 깨달은 ‘나’의 지금이 슬펐겠지요. 산전수전 겪은 입술로 더 ‘영리하게’ 말하는 자신이 서글퍼 보였을 겁니다. 그래도 차마 무심할 수 없어 제석산에 내려앉은 단풍의 ‘불’이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 풀이라도 태워주길 바라는 마음이 애절합니다. 


기성교회의 속성에 너무 빨리 적응해버린 초년생 목회자를 보면 속이 상합니다. 투박하고 투명한 말을 잃어버리고 수십 년 목회한 선배들의 ‘고락에 겨운 입술’로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는 법을 배운 그들과 나를 볼 때 쓸쓸해집니다. 서둘러 교회의 문법과 언어를 배운 초신자를 보며, 청년 시절 뜨거웠던 눈빛을 잃은 채 예배하는 신자들을 보며, 끝내 철들고 싶지 않았던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 하시고”(마19:14).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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