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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가정 방문/ 반칠환



엄마, 엄마, 선생님 오셨어. 열무밭 매던 엄마, 허겁지겁 달려 나오시는데, 펭소에 들어오지 않던 우리 엄마 입성이 왜 저리 선연할까. 치마 저고리 그만두고, 나무꾼이 감춘 선녀옷 그만두고, 감물 든 큰성 난닝구에, 고무줄 헐건 몸뻬바지 넥타이허리띠로 동여매고, 동방위 받는 시째 성 깜장색 훈련화 고쳐 신고 달려나오시는데, 조자룡이 헌창 쓰듯 흙 묻은 손에 호멩이는 왜 들고 나오시나.


양푼에 조선오이 삐져놓고, 찬물 한 대접 곁들여놓고, 엄마 옆에 붙어 앉았지만 선생님 말씀 듣기지 않고, 기름때 묻은 사기등잔이, 구멍 난 창호지가, 흙 쏟아지는 베름짝이, 쥐오줌에 쳐진 안방 천장이, 잡풀 돋는 헛간 지붕이 용용 죽겠지 눈 꿈쩍이며 선상님 나 여깄수 소릴 치네. 주고개 이정골 통틀어 제일 외딴집, 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지기 집에 담임 선생님 오신 날, 나 이날 잊을 수 없었네.


  • 반칠환, <가정 방문> 중에서


이제는 목회자의 가정 심방마저도 사양하는 분위기가 되었지만, 어릴 시절 돌이켜 보면 담임선생님의 가정 방문도 흔한 일이었지요. 그래도 저 시골 가장 외딴 자기 집 까지 찾아오실 줄은 몰랐던 게지요. 창피해서 숨어버릴까 하다가 하는 수 없이 ‘선생님 오셨다’고 급하게 엄마를 부르니, 저기 엄마가 감물 든 큰 형 ‘난닝구'에, 몸빼바지를 넥타이 허리띠로 둘러매고, 동방위 근무 중인 셋째 형 검정 훈련화를 신고 달려오시네요. 흙 묻은 손에 호미는 왜 들고 달려 오시는지. 조자룡도 아닌데. 


게다가 선생님 오셨다고 상을 차렸는데 양푼에 조선오이 담고 찬물 한 대접이 전부네요. 평소엔 그러려니 했던 구멍 난 창호지, 흙 쏟아지는 ‘베름짝,’ ‘쥐오줌에 쳐진 안방 천장'이 창피해서 선생님 말씀이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옵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가장 외딴 허름한 집에 담임 선생님이 찾아오셨던 날, 시인은 어릴 적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온통 누더기가 되어버린 처지가 부끄럽고 내세울 거 하나 없는 상황이 민망해서 숨어버리려 했던 저를 그분께서 찾아오셨던 날을 기억합니다. 하늘 영광 버리고 이 땅 가장 낮은 곳까지 와 주신 분. 가장 허름하고 누추한 자리까지 마다않고 ‘가정 방문'하시는 우리 모두의 담임 선생님. 


“주의 말씀 받은 그 날 참 기쁘고 복되도다. 기쁜 날 기쁜 말. 주 나의 죄 다 씻은 날.”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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