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성복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

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볼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 했던가. 꿈 깨기 전

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 이성복, <그렇게 소중했던가>



한국 휴게소에서 누리는 자판기 커피 한 잔과 잠깐의 휴식. 미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즐거움이지요. (맥반석 오징어와 버터구이 감자도 빼 놓을 수 없고요) 어, 그런데 커피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벌써 떠나고 있네요. 급하게 쫓아가면서도 놓을 수 없는 그 한 잔의 커피! 손등은 화끈거리고 말끔한 양복은 얼룩지고, 컵 바닥에 조금 남은 커피를 입 안에 털어 넣으며 시인은 속으로 말합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상하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소중한 것도 아니었는데, 놓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붙잡고 삽니다. 손등 다 데는 줄도 모르고, 옷에 얼룩 다 묻혀 가며 허둥지둥 헐레벌떡… 그냥 두고 올 생각은 왜 못 했던 걸까요? 지나고 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 싶은 일인데, 그것 하나 내려놓지 못하고 가쁜 숨 몰아쉬며 살았네요.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삶인지, 무엇을 먼저 구할 것인지, 구분은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3).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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