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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heavenlyseed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다시 대림절에 / 이해인

최종 수정일: 2021년 11월 27일


때가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밝고 둥근 해님처럼

당신은 그렇게 오시렵니까?

기다림밖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당신은 조용히

사랑의 태양으로 뜨시렵니까


기다릴 줄 몰라

기쁨을 잃어버렸던

우리의 어리석음을 뉘우치며

이제 우리는

기다림의 은혜를

새롭게 고마워합니다.

기다림은 곧 기도의 시작임을

다시 배웁니다


마음이 답답한 이들에겐

문이 되어 주시고

목마른 이들에겐

구원의 샘이 되시는 주님


절망하는 이들에겐 희망으로

슬퍼하는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십시오

앓는 이들에겐 치유자로

갇힌 이들에겐 해방자로 오십시오


이제 우리의 기다림은

잘 익은 포도주의 향기를 내고

목관악기의 소리를 냅니다

어서 오십시오. 주님


- 이해인, <다시 대림절에> 중


다시 대림절이 되면, 이 시를 떠올립니다. "기다림밖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의 마음"이란 시어에 마음이 맑아집니다. 수녀님은 '기다림은 곧 기도의 시작'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기다림은 기도의 끝이고 완성이기도 합니다. 기도와 응답을 공식으로 엮어 기도마저 내 욕망의 도구로 삼으려는 이들 속에서, 대림절은 우리에게 기도는 곧 기다림이라고 알려줍니다.


이 시대의 가객 홍순관은 노래합니다. "내가 드린 기도로 아침이 오진 않는다/ 내가 드린 기도로 해가 뜨진 않는다…/ 내가 드린 기도로 내일이 오진 않는다/ 내 기도는 노을처럼 아침을 기다린다/ 아침을 기다린다”


대림절 인사로 이만한 것이 없네요. “어서 오십시오. 주님.”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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