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짧은 순간의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어지럽히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이나 부끄러운 후회라도
문가에서 웃으며 맞아라.
그리고 그들을 집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잘랄루딘 루미, <여인숙>
여인숙을 찾는 방문객이 언제나 예의 바르고 고요하게 머물다 가진 않지요. 이름 모를 지방 어느 여인숙에 묶어본 경험이 있다면 알 겁니다. 유쾌한 웃음 소리와 촌스러운 노래 가락도 들리지만, 온갖 소음과 울음 소리와 심지어 찰진 욕설들이 잠을 방해합니다. 기쁨, 절망, 슬픔, 짧은 순간의 깨달음 등의 손님들이 ‘인간’이라는 이름의 여인숙에 매일 찾아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손님을 골라서 받아야 할까요?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13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는 어떤 손님이든 감사하게 여기며 받아들이라고 조언을 건넵니다. 심지어 ‘슬픔의 군중’이 몰려와 내 존재의 집을 다 어지럽히고 내 것이라 여겼던 모든 것을 가져갈지라도, 그 손님들을 내치지 말고 존중하라 말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내 집을 청소하여 새로운 기쁨을 주려는 고마운 손님들일지도 모르니까. 나를 하늘의 길로 인도해 주기 위해 멀리서 보내온 삶의 안내자들이니까.
낯선 사람이든, 낯선 감정이나 생각이든, 문가에서 웃으며 맞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불안과 두려움이란 손님이 찾아올 때 애써 외면하는 내 마음이 그렇고, 우리 동네에 찾아온 이주민들을 경계심 가득하게 보는 눈들이 그럴 것이며, 창조주가 자기 땅에 왔으나 영접하지 않는 백성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환대는 손님을 골라받지 않고 그 누구든, 그 무엇이든, 존중하는 마음일 겁니다. 세 명의 나그네를 보고 극진히 영접했던 아브라함은 그들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지요.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13:2).
대림절입니다. 저기, 그 분이 오십니다. 문을 열 시간입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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