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내 인생의 모든 계절/ 박노해

봄은 볼 게 많아서 봄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봄
여름은 열 게 많아서 여름
내 안쪽으로도 문을 여는 여름
가을은 갈 게 많아서 가을
씨앗 하나만을 품고 다 보내주는 가을
겨울은 겨우 살아서 겨울
벌거벗은 힘으로 뿌리를 키우는 겨울
그러니 내 인생의 봄 가을이 모두 다 희망
길어진 여름 겨울도 모두 다 감사
박노해, <내 인생의 모든 계절>
떠나기 싫다고 고집 부리던 여름 더위가 가고 가을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네요. 시카고의 봄 가을은 유독 짧아서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저 파란 하늘과 햇살을 어디 좀 숨겨 놓았다가 겨울에 풀어 놓고 싶다니까요. 어떤 계절을 좋아하시나요? 봄은 알레르기 때문에 싫고, 여름은 땀이 나서 싫고, 가을은 쓸쓸해서 싫고, 겨울은 가슴 시려서 싫다고들 불평인데, 역시 시인의 마음은 다르네요.
봄은 볼 게 많아서 봄이래요. 지난 봄, 보이는 것 너머를 보며 살았을까요? 여름은 열 게 많아서 여름이래요. 지난 여름, 바깥으로 여는 문 말고 내 마음 문도 좀 열어 보았나요? 가을은 갈 게 많아서 가을이래요. 올 가을, 잡으려 욕심내던 것들 잘 가게 보내주면 어떨까요? 겨울은 겨우 살아서 겨울이래요. ‘겨우’라도 그게 어디에요. 올 겨울, 벌거벗은 힘으로 뿌리 키우고 있으면 어느덧 봄이 와요.
이렇게 보니 인생의 봄 가을이 다 희망이고, 길어진 여름 겨울도 다 감사네요. 지금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든 희망이거나 감사이거나, 둘 중의 하나! 어느 시인이 말했듯, 우리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걸 잊지 말기로 해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전 3:11)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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