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발에 대한 묵상 / 정호승
- heavenlyseed
- 2025년 12월 27일
- 1분 분량

저에게도 발을 씻을 수 있는
기쁜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길 없는 길을 허둥지둥 걸어오는 동안
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뜨거운 숯불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고
절벽의 얼음 위를 허겁지겁 뛰어오기도 한
발의 수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발에게 감사드립니다
굵은 핏줄이 툭 불거진 고단한 발등과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은 발바닥을 쓰다듬으며
깊숙이 허리 굽혀 입을 맞춥니다
정호승, <발에 대한 묵상>
하루를 마칠 때면 발이 피곤합니다. 특히 서서 일하시는 분들은 발이 퉁퉁 붓고 아프지요. 발은 온 몸의 하중을 다 받는 부분입니다. 가장 힘들고 수고하는 몸의 일부이지요. 그래서 한 가정을 위해 밖에서 힘겹게 일하는 가장의 발은 그냥 발이 아닙니다. 그 발에는 살기 위해서 몸부림쳐 온 한 남자의 혹은 한 여자의 인생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여, 그 발을 씻어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하루의 수고를, 아니 그 인생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그 발을 손으로 감쌀 때, 그의 살아온 인생 전부를 끌어안는 것입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1년 간 열심히 달려온 애씀의 무게가 우리 발에 흔적으로 남아있겠지요. 오늘 저녁에는 이 시인처럼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발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이만큼 달려오느라 수고했어, 잘 했어, 고마워, 쓰다듬으며…
한 해 동안 모두 애쓰셨습니다. 복된 새해 맞으십시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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