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전라도 사투리가 겁나 찰지네요. “어머나, 단풍 들겠네”라고 썼다면 그 맛이 안 나겠지요. 장독대에 내려앉은 붉은 감잎 하나를 보며 누이가 놀라 탄성을 지릅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 이제 곧 추석을 기다리며 한껏 들뜬 마음이, 잦은 바람에 농사 걱정으로 조금 흔들리나 봅니다. 그런 누이의 속마음을 향해 말을 건네는 화자의 마음이 퍽 정겹습니다.
“행복의 신기루를 좇아 질주하는 삶이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경탄의 능력’이다.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놀라거나 감탄하지 않는다. 모든 게 무덤덤해지고 시들해진다는 것,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저 그러려니 하는 것, 그것은 늙음의 징표이거나 타락의 징후이다.”(김기석, <아슬아슬한 희망> 중)
스위스 여행을 하며 가장 많이 한 말은 “아…” 그리고 “와!”였습니다. 어느덧 내 삶에 조금씩 사라지고 있던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내 말 속에 경탄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면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것이 늙음의 징표인지, 타락의 징후인지. 어제와 달라진 잎의 색깔에 감탄할 줄 모르고, 내 곁에 그가 없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당연해지고, 익숙했던 말씀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의 전율을 잃고 살고 있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창밖을 보며 따라해 보실까요?
“오─매 단풍 들것네”
“하나님이 친히 만드신 모든 것을 보셨다. 아, 매우 좋았다.”(창1:31, 새한글성경)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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