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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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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소/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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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반성 673/ 김영승
우리 식구를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 서럽다 어머니를 보면, 형을 보면 밍키를 보면 서럽다 밖에서 보면 버스간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병원에서, 경찰서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동네 쓰레기통 옆에서 - 김영승, <반성 673> 가족을 밖에서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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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톱과 귤: 고백 1 / 유희경
톱을 사러 다녀왔습니다 가까운 철물점은 문을 닫았길래 좀 먼 곳까지 걸었어요 가는 길에 과일가게에서 귤을 조금 샀습니다 오는 길에 사면 될 것을 서두르더라니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귤 담은 비닐봉지가 톱니에 걸려 찢어지고 말았지 뭔가요 후드득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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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3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민간인/ 김종삼
1947년 봄 심야(深夜) 황해도 해주(海州)의 바다 이남(以南)과 이북(以北)의 경계선 용당포(浦)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孀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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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3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등/ 류지남
아무리 애를 써 봐도 혼자서는 끝내 닿을 수 없는 곳 슬픔은 쉬이 깃들지만 마주 대면 아랫목처럼 따뜻해지는 곳 다가올 땐 잘 모르다가도 멀어질 땐 파도처럼 들썩이는 곳 늘 어둑어둑해지기 쉬워서 오 촉 등(燈) 하나쯤 걸어 두어야 할 내 몸의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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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신문지 밥상 / 정일근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 궁시렁 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다고요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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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술래는 어디 갔을까 / 한희철
술래는 어디 갔을까 어디로 갔길래 날 찾지 않을까 수수깡 속에 혼자 숨어 날은 저물고 하나 둘 밤하늘엔 별이 돋는데 술래가 무섭다고 들어간 건 아닐까 풀벌레 발끝에서 울고 나도 그만 벌레 따라 울고 싶은데 같이 놀던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술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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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3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모르는 사람을 위하여 / 도리언 로
아무리 크고 무거운 슬픔이라도 우리는 견뎌 내게 되어 있다. (......) 그때 어린 소년이 내게 길을 가르쳐 준다 아주 열심히. 한 여자가 유리문을 잡고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다, 내 헐거운 몸이 지나갈 수 있도록. 모르는 사람일 텐데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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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7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84p / 박준
늦은 해가 나자 약을 먹고 오래 잠들었던 당신이 창을 열었습니다 어제 입고 개어놓았던 옷을 힘껏 털었고 그 소리를 들은 저는 하고 있던 일을 덮었습니다 창밖으로 겨울을 보낸 새들이 날아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온몸으로 온몸으로 혼자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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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0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짜노 / 최영철
어, 비 오네 자꾸 비 오면 꽃들은 우째 숨쉬노 젖은 눈 말리지 못해 퉁퉁 부어오른 잎 자꾸 천둥 번개 치면 새들은 우째 날겠노 노점 무 당근 팔던 자리 흥건히 고인 흙탕물 몸 간지러운 햇빛 우째 기지개 펴겠노 공차기하던 아이들 숨고 골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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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3일1분 분량


전하는 것이 축복이라면 / 한희철
새벽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잠에서 깨었을 때,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소리, 새들이었다. 필시 두 마리 새가 나란히 앉아 밤새 꾼 꿈 이야기를 나누지 싶었다. 그런데 신기했다. 새들의 소리가 시끄럽게 여겨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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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6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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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9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비가 오신다 / 이대흠
서울이나 광주에서는 비가 온다는 말의 뜻을 알 수가 없다 비가 온다는 말은 장흥이나 강진 그도 아니면 구강포쯤 가야 이해가 된다 내리는 비야 내리는 비이지만 비가 걸어서 오거나 달려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어떨 때 비는 싸우러 오는 병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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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2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여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 <봄> 제 차례를 기다리던 성격 급한 여름이 그새를 못 참고 먼저 와 버렸네요. 겨울 옷을 그대로 둔 채 여름 옷을 꺼내 입은 한 주였습니다. 뒤늦게 정신 차린 봄이 ‘눈 부비며’ 더디 오고 있겠지요. 겨울이 유독 긴 시카고에 살며, 그렇잖아도 좋아하는 이성복 시인의 <봄>이 애송시가 되었습니다. 어디서 한눈을 팔고 있는지, 누구와 한판 씨름을 벌이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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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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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미카엘라 / 윤한로
밥하고 똥치고 빨래하던 손으로 기도한다 기도하던 손으로 밥하고 빨래하고 전기도 고친다 애오라지 짧고 뭉툭할 뿐인 미카엘라의 손 꼭, 오그라붙은 레슬링 선수 귀 같다 - 윤한로, <미카엘라> 밥하고 똥치고 빨래하는 손과 기도하는 손은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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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8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처음처럼 / 안도현
이사를 가려고 아버지가 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냈다 바로 그 자리에 빛이 바래지 않은 벽지가 새것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집에 이사 와서 벽지를 처음 바를 때 그 마음 그 첫 마음, 떠나더라도 잊지 말라고 액자 크기만큼 하얗게 남아 있다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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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1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흙 /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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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5일1분 분량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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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6일1분 분량


성경을 손으로 쓴다는 것
성경을 손으로 쓴다는 것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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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1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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